‘프리랜서와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일을 잘못하여 그 책임을 묻고 싶다’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니 당연히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개발회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개발인력을 채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의 특성상 다소 큰 규모의 개발회사가 아닌 이상 프로젝트 필요인력을 개발회사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는 경영상 부담으로 인식하여 그 때 그 때 필요한 인력과 고용계약이 아닌 별도의 계약(통상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회사들이 개발인력과 계약하는 형태는 명칭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실제 일을 수행하는 방식도 다양하여 그 법률적 성격을 일률적으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와 개발자간에 체결된 계약형식과는 무관하게 개발자가 실질적으로 행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법률관계를 판단하는 대법원의 입장이 가세되면서 실제 개발회사와 개발자간에 체결한 계약형식이 어떠한 법률적 성격인가를 규명하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즉, 근로자가 도급계약의 형식을 빌어 근로를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형태가 사용자와의 사이에 있어서 사용종속관계를 유지하면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특정한 노무제공만을 하는 것이라면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91도1685판결)는 대법원 판결처럼 계약형식과는 무관하게 개발자의 근무형태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 도급계약의 법률적 성격이 없고 단순 노무제공만을 하는 것이라면 개발자는 개발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제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법률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은 도급계약의 형식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 저에게도 ‘프리랜서와 이번에 도급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도급계약서를 사용하면 되느냐’는 질의를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제가 조금만 자세하게 계약의 실질을 파악해 보면 대개는 계약상대방인 프리랜서 개발자는 도급의 가장 도드라진 법률적 성격인 ‘일의 완성’과는 무관하게(도급의 성격상 완성해야 할 일을 특정할 수 없다면 도급계약 체결자체가 불가능하다.) 개발회사가 지시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그 대가를 주로 월급의 형태로 가져가고 더구나 개발회사의 근로자들과 동일한 근무조건에서 근무하는 경우라면 사실상 이러한 계약은 도급계약이라는 형식을 취하지만 법률상으로는 단순 용역계약, 혹은 근로계약에 해당할 여지가 높은 것이다.


아마도 개발회사들이 개발자와 도급계약을 선호하는 이유는 개발자가 개발한 업무영역에 대한 책임추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계약을 체결한 개발자가 수행한 부분에 대해서 향후 하자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여 그 대금액을 일정부분 감액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 개발자가 도급의 성격을 갖춘 채로 일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면 그 법적 책임을 묻기는 상당히 어렵다.


개발회사가 필요인력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그 필요인력의 능력에 맞는 분야의 일을 특정하여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력이 부족하여 개발회사의 업무지시사항을 수행해 줄 인력을 사용할 것인지 여부를 고민한 후, 전자의 경우라면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개발자가 완성해야 할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정한 이후 대가지급방법(통상 도급계약은 월급의 형식이 아닌 선금, 중도금, 잔금의 형식으로 대금을 지급한다.), 업무수행방법(통상 도급계약에서는 일을 완성하는 방법은 수급인에게 맡겨져 있다.), 하자담보책임 등을 규정하여 그에 맞는 법률적 효과를 부여받도록 하고, 후자의 경우라면 비록 도급계약의 형식을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향후 도급계약의 하자담보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개발회사가 채용하는 모든 인력에 대한 법률관계의 평가는 당해 인력과 계약을 체결한 명칭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인력이 어떠한 방식으로 일을 수행하였는지에 대한 실질관계에 의해서 평가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